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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세계와 근황

pearl.k 2024. 2. 10. 19:50

동일한 코드를 냈는데 50점과 100점이 속도에서 갈리나보다..

처음에 pypy로 낼지 고민하다가 혹시 메모리 터질까봐 안전빵으로 python3으로 돌렸는데 일케 됐다.. 오묘한 파이썬의 세계.. 요즘들어 자꾸 고민이 된다. 파이썬 한 우물을 딥하게 팔지 아니면 다른 분들처럼 그냥 C++으로 완전히 전향할지? 솔직히 코테에서는 파이썬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지금처럼 둘 다 붙잡는 방향으로 가야하나?

 


 

최근에 Grand Arena onsite를 다녀온 이후로 열심히 해야겠단 의욕이 생겼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안했는지 뼈져리게 느꼈고 학기 중에 진짜 쉬운 문제들만 풀어서 그런가.. 열심히 공부했던 과거의 노력이 소실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 속도를 올리려고 한다. 졸려서 못보던 코포 배치도 마저 보고 신촌 알고리즘 캠프도 오프라인 수업을 열심히 나가고 있다. 일단 머릿속에 뭐를 자꾸 넣는 시도를 하는 중인데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설 명절이니까 명절 토크를 하자면, 친척들끼리 친하고 자주 왕래하는 편이지만.. 쿨하게 하루만 만나서 명절 예배 드리고 식사하고 헤어지기 때문에 연휴 시간을 크게 빼앗기지 않는다. 게다가 모임 장소도 서울 근처인 경기도라서 차로 30-40분 거리라 교통이 막히는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를 탈 필요도 없다. 우리 집만큼 명절 간소화 한 집이 드물수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커서도 명절 모임이 번거롭지 않게 좋은 분위기만 남기고 싶다. 가사 노동을 줄이고 가족들이 서로 근황, 덕담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 내가 엄청 어릴 때는 큰 집에 모여서 가족 여자 구성원들만 뼈빠지게 일했던 적도 있다. 그게 기억이 난다. 커서 다시 생각해보면 엄마가 되게 힘들어 했던 것 같다. 내가 도와드리려 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뭘 하냐면서 어른들이 TV 앞에 다시 앉혀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ㅠㅜ

암튼 우리 엄마는 지역적인 제약 상 친정을 1년에 한 번도 가기 힘들기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크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다행이다. 역시 집에서 모이는게 아니라 밖에서 모여야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 불특정 다수가 많은 오픈된 식당에서 남을 공격하거나 민감한 이야기를 할 확률이 적어지고, 고생해서 음식 만들고 상차리고 설거지하는 이 모든 과정이 압축되기 때문에.. 큰엄마도 매우 만족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모임이 빨리 끝나서 집에 일찍오면 내 시간이 더 많아져서 좋다. 요즘은 꽤 길어진 개인 시간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는 마음을 돌아보는 느낌으로 다이어리에 마음 일기를 썼는데, 올해도 아마 쭉 이어나갈 것같다. 코로나 이후에 일상을 회복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된 기록들이 자산으로 남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전보다 성숙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도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성격, 호오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아보면 더 재밌다. 내가 이걸 왜 좋아하는지, 난 왜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이유를 찾았을 때 설명되는 인과관계들이 꽤 많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인걸 아니까 장점은 돋보이게 하고 단점을 가리기 쉬워진다.

특히, 본인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행동을 하는지 반드시 자각하고,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면 의식해서 고쳐야 한다. 100% 고치라는 말이 아니라 의식을 하고 최대한 덜 하면서, 좋은 방어기제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어기제에 대한 정보는 심리학 도서나 유튜브 의사쌤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이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인간 관계를 맺을 때 무심코 한 행동으로 상처주지 않도록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회피형 사람들이 욕먹는 이유도 자기 방어기제가 무심코 나오거나, 회피인걸 알면서 고치려고 노력 안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해 들어서 감사한건 모자란 부분이 많았던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챙겨주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파고드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졸업 준비 때문에 무지 바쁘기도 했었다..) 옛날에는 먼저 연락하는 타입이었다면 근 1~2년 간 그 흔한 안부 인사나 일상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일단 이렇게 바뀌고 나니 장점은 "신경쓸 게 없어서 아주 편하다." 였다 .... SNS도 잘 안했다. 인스타를 하루에 한 번 들어가면 많이 들어간거였다..!! 아 그리고 또 들었던 생각이 "내가 이제 외로움을 타지 않는구나.." 이런 것?

남들과 멀리 떨어져서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교류했는데도 나를 잊지 않고 소중히 여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난 내가 벽쳤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벽은 없었고, 예전 그 자리 그대로 친구들이 서 있었다. 마음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알았을 땐 기분이 이상했고 고마웠다.